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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230126 더퍼스트 슬램덩크 후기

아내와 아들이 처가에 있는 슬픈 기간,
마음을 달래기 위해 연이틀 영화관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이노우에 작가가 대체 완결된지 20년이 넘는 30~40대 남자들의 추억의 한축을 담당했던
슬램덩크 작품을 다시 내준다니!
이 어찌나 고마운 일인가.
후기들을 보면 많이들 실망하고, 송태섭이라는 덜 조명된 캐릭터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좀 지루하고, 전형적인 성장 스토리를 따라서 답답했다 라는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나는 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작가한테 너무 고마웠다.
작가의 인터뷰도 만화의 갑작스런 결말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팬들으 사랑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다시 슬램덩크 작업을 하기로 결심하였다고 한다.

슬램덩크는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처음 접한건 94년~95년 즈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 농구의 인기가 대단했다.
꽃미남 스타들이 모인 연세대, 약간 과격하고 악당이미지의 고려대,
그리고 실력있는 아저씨들 팀 같았던 기아자동차 팀 들의 대결이 펼쳐진 바로 농구대잔치.
그 전에 마지막승부란 드라마도 같이 붐을 일으켰었다.

93년 쯤에 아파트로 이사와서 농구골대가 있어서 공을 던져본게 농구를 시작한 처음의 순간이었다.
재밌었다. 그 재미를 더해준게 바로 슬램덩크였다.
슬램덩크에서 나온 폼들은 나의 기본 교재였었고,
그 폼들을 따라하며 나는 농구를 배웠다.
슬램덩크 만화책은 내가 처음사본 만화책이었고,
그 책위에 기름종이를 대고 따라 그리면서
나는 그림 그리기를 배웠다.
아직도 내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은 그 때 그렸던 방식 그대로다.

슬램덩크 만화책, 포스터 들은 다 사모았고,
매주 나오는 만화책을 보는 재미에 한달 한달을 살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여전히 농구이고,
나를 설레게 하고, 땀 흘리게 하고, 즐기게 하는 것은 어찌보면 바로 슬램덩크였다.
그만큼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돌이켜보니 그렇네.

여튼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오면
첫 인트로에서 등장인물들이 스케치로 한명씩 등장할 때의 전율은 굉장했다.
주인공은 송태섭이고, 슬램덩크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자세히 다뤄지지 못했던
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돌이켜보면, 강백호가 주인공이고, 서태웅의 과거, 채치수의 성장기, 극적으로 돌아오는 정대만의 이야기는 있었는데 송태섭의 이야기만 없었다. 그저 한나만을 좋아하는 단편적인 캐릭터만 있었을 뿐.
이런 2시간 짜리 영화의 주인공이 가질 수 있는 과거의 서사는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그리고 가장 믿었던 형.
형을 그리워하고 그리운 마음을 이겨내는 것이 이번 이야기의 핵심이다.

서사는 그렇다치고
산왕전을 이렇게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단건 정말 행복했다.
만화책의 정적인 부분을 이렇게 동적으로 볼 수 있다니,
그리고 기존 애니메이션의 끊어지는 움직임을 CG와 3D 모션 캡처 등의 최신 기술을 이용해 아주 부드럽고 입체감있게
만들어 내어 진짜 영화나 경기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슬램덩크 매니아라면 기억하고 있을 순간 마다
자연스럽게 내 입은 그 대사를 따라하고 있었다.
대체 슬램덩크를 몇번이나 본 것인가!!!

그냥 이건 매니아라면 평하기 힘들다.
행복하고 작가에게 너무 고맙다.
만화책 후의 이야기를 풀어주면 좋겠지만.
작가도 나이가 들었고, 그 이야기를 풀만큼의 에너지와 동기부여는 떨어지리라.
여기서 만족하는게 팬의 도리인것 같다.

만족!!!!!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박상민 가수의 "너에게로 가는길"을 듣고 열창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