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최악의 하루

이현장 2016. 8. 31. 15:35


별기대없이, 맘 편하게 본 영화인데,
보고나니 마음이 유쾌해지고 맑아진 기분이 든다.

주인공 은희의 최악의 하루는
료헤이의 소설속 '곤경에 처한 하루'의 이야기 일 수도 있고, 은희와 료헤이의 '비포 선 라이즈' 처럼 한편의 해피 엔드일 수도 있다.

영화 초, 중반부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이 떠올랐고, 후반부는 이동진 평론가의 말마따나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처럼 몽환적이어서 현실인지 환상인지 갸우뚱하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처럼 느껴졌다.

감독, 배우와의 대화를 보니,
감독의 의도와 은희를 연기한 한예리 배우가 중점을 둔 연기에 대한 코멘트가 인상깊었다.

은희라는 캐릭터는 여자이지만 여자에게 정말 미워보이지만, 그렇지만 너무 밉지만은 않은 그런 캐릭터. 내가 실제로 영화를 봤을 때도 같게 느껴졌다.
3명의 남자에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심지어는 머리 스타일까지 바꾸어가며) 대하는, 아니 맞추어주는 모습에서, 나 또는 일반적인 연애관계에 있어서 개인의 형태 (성격? 행동? 말투? 같은 것의 총칭)는 그 개인의 본연적인 것도 있지만, 만나고 있는 마주하고 있는 상대에 따라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간은 다르게 맞추어 가는 것이 현실인 것 같다. 결혼을 해서 충분한 시간이 흘러도 연애 초기에 성립되었던 그런 설정들이 급격하게 변하지 않는 것 처럼.
은희와 료헤이 모두 거짓말을 파는 사람들이고, 은희는 두명의 동시연애 남자들에 대해서 거짓으로 대했지만, 그게 자신이 솔직하게 한 것이기도 한 것 같다. 영화 시작부에 언급된 대사와 후반부 최악의 하루를 끝마쳐가는 은희가 같은 대사를 마치 진짜 자신의 대사인 것 처럼 내뱉을 때, 직전의 2명의 남자들과의 일들 (더해서 료헤이와의 썸까지)이 버무려져서 정말 약간 소름이 끼쳤다.

평소, 내가 2명의 결못남에게 하던 말이 떠올라서 더 그렇다. ㅎㅎㅎ
바로 그 말은, "사귀고 싶으면 연기라도 해라. 최선을 다해서. 나중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괜찮은 것이니깐."

이게 바로 거짓이지만 솔직하게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에게 진짜를 주는 것이랑 비슷한 것이징 않을까?

두서없이 썼는데, 좀 더 글을 다듬어야겠다.

평점 : 별 4개